고흐의 영감을 불태운 녹색의 마법, 압생트
"나는 마음이 불타는 것 같아. 그럴 땐 압생트를 마시지 않으면 안 돼."
– 빈센트 반 고흐

고흐가 사랑한 술, 압생트(Absinthe)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이었다. 19세기 유럽, 특히 프랑스의 보헤미안들과 예술가들 사이에서 '녹색 요정(La Fée Verte)' 이라 불리며 광범위하게 소비되었다. 압생트는 강렬한 초록빛과 환각적인 매력으로 고흐뿐만 아니라 에드가 드가, 폴 고갱, 샤를 보들레르, 오스카 와일드 같은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었다..
1. 압생트는 무엇인가?
압생트는 쑥(웜우드, Artemisia absinthium)을 기본으로 한 고도수(약 45~75도)의 리큐르다. 여기에 아니스, 펜넬(회향), 히솝 등의 허브가 첨가되어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압생트의 제조 과정
1. 쑥과 여러 허브를 알코올에 담가 증류한다.
2. 이 과정에서 투존(Thujone)이라는 성분이 생성되는데, 이는 환각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3. 압생트는 투명하지만, 보통 말린 쑥을 추가해 초록빛을 띠도록 만든다.
고흐가 마셨던 압생트 역시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 고흐와 압생트
고흐는 1888년 프랑스 아를에서 폴 고갱과 함께 지내며 압생트를 즐겨 마셨으며, 그의 그림과 정신 상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
● 밤의 카페 (1888년 9월): 이 작품은 아를의 람틴 카페 내부를 묘사한 것으로,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붉은 벽과 녹색 바닥의 강한 대비, 그리고 황록색 조명이 공간을 비추며, 전체적으로 불안정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색채와 분위기가 고흐의 정신 상태와 압생트 소비의 영향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 압생트 잔과 물병(Glass of Absinthe and a Carafe, 1886년~88년) : 이 작품은 파리에서의 그의 일상과 압생트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으며,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압생트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3. 압생트의 악명과 금지
19세기 말, 압생트는 정신병과 환각을 유발한다고 여겨져 여러 나라에서 금지되었으며, 특히 1905년 '압생트 살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4. 압생트의 부활
2000년대 들어 연구 결과, 압생트의 환각 효과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다. 압생트의 주요 성분인 투존(Thujone) 이 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함유된 적이 없었으며, 단순히 고도수 알코올이 강한 취기를 유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럽과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 압생트가 다시 합법화되었고, 현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압생트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5. 압생트 제대로 마시기
압생트는 그냥 마시는 술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특별한 의식처럼 마신다.
1. 압셍트의 셋팅
● 압생트 잔에 압생트를 따른다.
● 전용 압생트 스푼 위에 각설탕을 올린다.
● 차가운 물을 부어 각설탕을 녹인다.
● 압생트는 물과 만나면 녹색에서 뿌연 흰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루슈(louche) 효과' 라고 한다.
● 이는 아니스 성분이 물과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 이렇게 희석하면 강한 도수를 낮추면서도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6. 오늘날의 압생트
현재 압생트는 프랑스, 스위스, 체코 등지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되고 있다.
고전적인 프랑스 스타일뿐만 아니라, 체코 스타일의 '불타는 압생트(Burning Absinthe)' 도 인기다.
이 방식은 각설탕에 압생트를 적신 뒤 불을 붙여 마시는 방식으로, 시각적 효과가 강렬하다.
마무리 – 예술과 광기 사이
압생트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창작을 자극했던 뮤즈이자, 때론 그들을 파괴했던 양날의 검이었다.
고흐의 삶에서도 압생트는 예술과 광기의 경계를 오가게 한 존재였다.
압생트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지나치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안전하게 압생트를 즐길 수 있지만, 고흐처럼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도 '녹색 요정' 이 부르는 유혹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첫 번째 잔에서는 모든 것이 평범해 보인다. 두 번째 잔에서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세 번째 잔을 마시면,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변한다."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압생트는 술이 아니라, 영혼을 태우는 불이다."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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