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싶은 영화

영화 '히든 피겨스' - 보이지 않았던 그녀들의 빛나는 이야기

이테르노바 2025. 1. 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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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한던 시대에 NASA에서 일하던 세명의 흑인 여셩 수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컴퓨터보다 빠르고 정확한 계산 능력으로 우주개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오랫동안 가려진 존재였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바로 이 숨겨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요."

영화는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던 캐서린 존슨(타라지 P.헨슨),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메리 잭슨(자넬 모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이 타고 가던 차가 고장 나 도로 한 가운데 멈춰섰을 때, 경찰이 다가오는 장면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단번에 느끼게 합니다.

" 여기서 고장을 내면 어쩌자는 거요? "라는 경찰의 '무도'한 '질책'에도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도로시 본은 침착하게 NASA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자신들이 국가의 우주개발을 돕고 있는 과학자임을 설명합니다.

그녀의 확신 어린 태도는 상대의 시선을 단숨에 바꾸었고, 결국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출근길을 이어갑니다. 

이 장면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강렬한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떠한 벽이 가로막더라도, 두려움에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그들의 한 걸음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 첫 번째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향해 간다."

NASA의 Space Task Group에서 해석기하학 전문가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던 캐서린 존슨이지만, 그녀는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철저히 배제됩니다. 유일한 유색인이며 여성인 그녀를 못 믿는 동료는 문서 군데 군데를 검은 매직으로 가려버린 채 그녀에게 '계산'을 해보라고 던져줍니다. 이미 자신이 검증하였으니, 하는 흉내만 내라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숫자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프로젝트 책임자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의 말 대로 지워진 데이터를 넘어 우주선의 올바른 궤적을 계산해냅니다. 속이 뻥 뚫릴 만큼 통쾌한 장면입니다.

그런 그녀였음에도 그녀는 회의 참석은 커녕,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건물 에 800미터나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화장실까지 갔어야 했습니다. 계산할 서류를 안고 빗속을 뛰어 화장실을 다녀온 캐서린이 그녀를 찾던 알 해리슨에게 쏟아내는 울분의 대사는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립니다.

"이곳엔 유색인종 화장실이 없고 서관 전체에도 없어서 800미터를 가야 해요.
아프리카까지 걸어가서 볼일을 봐야 하는 데 사내자전거도 이용 못해요.
밤낮으로 개처럼 일하면서 모두가 만지기도 싫어하는 커피포트로 버티고.
그러니까 죄송하지만 하루에 몇번 화장실에 가야겠어요!"

 

이 말을 들은 알 해리슨(캐빈 코스트너)은 결단을 내립니다. 

먼저 그는 사무실내 커피포트 옆에  '유색인 전용' 이란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작은 커피포트에서 스티커를 떼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는 망치(정확히는 크로우 바 - 속칭 빠루 -)를 들고 건물 복도의 '유색인 전용 화장실' 표지판을 뜯어 냅니다.  

 

흑인과 백인 모든 직원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힘주어 말합니다.

"이제 됐군.
유색인종 화장실은 없어. 백인 화장실도 없고. 그냥 변기있는 화장실이야.
쓰고 싶은 곳 써. 자리에서 가까운 곳으로.
NASA에선 모두가 같은 색 소변을 본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로, 한 사람의 결단이 조직의 문화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행위가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출발점이 됩니다.   

 

"너는 이미 NASA 엔지니어야. 단지 아직 그걸 증명하지 못했을 뿐이야."

메리 잭슨은 NASA의 엔지니어가 되려 하지만, 당시 법적으로 흑인은 관련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법원에 가서 직접 판사에게 말합니다. 

"저는 NASA의 엔지니어가 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백인학교의 수업을 듣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피부색을 바꿀 수도 없죠.
어쩔 수 없이 최초가 되어야 하지만 판사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판사님 오늘 보시는 많은 재판 중에 100년 뒤 기억될 재판은 뭘까요? 어ㅉ떤 판결이 판사님을 최초로 만들까요?."

 

판사에 대해 '가문 최초로 군에서 복무했고, 대학도 최초로 들어갔고, 주지사 3명이 연속 재임명한 최초의 주 판사임'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판사의 마음을 움직인 그녀의 논리적인 말에 결국 판사는 그녀에게 야간 수업 수강을 허가하고, 메리는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 우주 엔지니어가 됩니다. 이는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루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컴퓨터가 우리를 대체할 수 없어요. 우리가 컴퓨터를 다룰 수만 있다면."

도로시 본은 IBM컴퓨터의 등장으로 자신의 팀이 점점 도태될 것을 직감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새로 도입된 IBM컴퓨터를 직접 익히기로 결심합니다.

도서관에서 '백인 전용' 구역에 놓여있던 책을 몰래 빌려와 독학하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도로시는 자신의 팀원들을 모아 조용히 말합니다.

"컴퓨터가 우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녀는 배운 내용을 동료들에게 가르쳤고, 마침내 IBM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팀이 되었습니다. 결국 도로시는 NASA의 첫 번째 여성 프로그래머로 공식 승진했고, 그녀의 팀원들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변화의 물결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생존을 넘어 혁신으로 이어지는 길임을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오늘날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우리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도로시의 결단은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구자의 발걸음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히든 피겨스'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세상이 얼마나 불공정할 수 있는지를 고발하는 동시에, 그 불공정을 깨뜨리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원한 리더들의 이야기입니다.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이 NASA에서 이뤄낸 성과는 단순한 업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를 앞서 나아간 용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신념, 그리고 후대에게 남겨진 등불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역사를 바꾸는 데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알 해리슨같은 리더의 결단과 행동이 그들에게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차별적 관행을 깨부수고, 숨겨진 인재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영화는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를 알아보고 지원하는 리더십이 함께 할 때 가능합니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숨겨진 별들을 품고 있을까?

그들이 자신의 빛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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