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투명 인간 이야기 - 플라톤 '국가' 중
플라톤의 '국가 (Politeia)' 에는 도덕과 정의 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귀게스(Gyges)의 반지 이야기 입니다.
귀게스의 반지 이야기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뤼디아의 왕 귀게스(Gyges)의 선조는 당시 뤼디아 왕에게 고용된 양치기였습니다.
하루는 그가 양 떼를 치던 곳에 큰 비가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더니 땅이 갈라졌답니다.
그는 그 광경에 놀라 땅이 갈라진 틈으로 내려갔답니다.
그리고 전설에 따르면, 그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놀라운 것들과 작은 창문이 나 있는 속이 빈 청동 말을 보았는데, 그 창문을 통해 들여다봤더니 그 안에 사람 크기보다 더 커 보이는 시신 한 구가 누워 있더랍니다.
그 시신은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는 이 반지를 빼어 들고 밖으로 나왔답니다.
그는 곧 이 반지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양치기 모임에 반지를 끼고 참석했던 그는 우연히 반지를 만지작 거리다가 반지의 보석을 안쪽으로 돌리면 자기가 보이지 않고 바깥쪽으로 돌리면 자신이 보인다는 걸 알게 됩니다. 즉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는 마법의 힘을 가진 반지였던 것입니다.
이 마법의 힘을 넣은 귀게스의 선조는 반지를 이용해 왕궁에 침입하고, 왕비를 유혹하며, 결국 그녀와 공모하여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왕이 됩니다.
이야기의 철학적 의미
플라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도덕성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사람들은 왜 도덕적으로 행동할까요?
소크라테스와 그 대화자들(글라우콘 등)은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논쟁을 벌입니다.
글라우콘은 이 이야기를 통해 정의가 단순히 사회적 제약이거나 강제된 제약이라는 주장을 강화하려합니다. 그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정의롭게 행동하는 이유가 외적 처벌을 피하고 보상을 얻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입장을 제시하며, 정의로운 사람과 부정의한 사람 모두에게 귀게스의 반지와 같은 힘이 주어진다면 동일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와 반대로 정의가 단지 외적 제약 때문만이 아니라 영혼의 질서를 유지하고 행복을 위한 필 수 요소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정의롭지 못한 행동은 결국 영혼에 혼란을 초래하며, 단기적인 만족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친다고 봅니다.
이 논의는 단순히 도덕성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구조, 그리고 권력과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 냅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시사점
귀게스의 반지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도덕적 행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권력이나 익명성을 가진 자들이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터넷의 익명성,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경제적 권력 남용 등은 현대적 귀게스의 반지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귀게스의 반지를 손에 넣었을때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리고 그 행동은 우리의 본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귀게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고대 뤼디아는 현재 터키 서부 지역에 위치했던 고대 왕국으로 대략 기원전 1200년경부터 기원전 546년까지 존속했습니다.
이 왕국은 금이 풍부했던 것으로 유명했으며, 역사적으로 세계 최초로 금속 주화를 사용한 국갈 알려져 있습니다.
귀게스라는 인불은 실제로 뤼디아 왕국의 초기 왕 중의 한 명으로 기록되기도 하며, 기원전 7세기경의 인물로 추정됩니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이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상상력이긴 하나 이야기 '전설'의 내용은 우리가 흔히 궁금증을 갖는 고대 외계의 존재를 한번 떠올려 볼 수도 있는 상상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