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한 사람이 왜 죄를 자백하는가
결백한 사람도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 노퍽의 네 남자 이야기와 심리적 매커니즘
우리는 잘못한 경우에만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노퍽의 네 남자(Norfolk Four)'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결백한 사람들이 외부 압력과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고, 심지어 하지 않은 죄를 자백한 예입니다.
사건은 잘못된 수사와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네 남자의 이야기지만,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인간이 타인의 평가와 심리적 압박 속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서만 그럴까요?
어떤 식당직원이 돈을 거슬러주려고 상자에서 돈을 꺼내는 모습을 동료가 우연히 봤다고 가정합니다.
동료가 자신을 도둑으로 오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잘못한 행동이 없더라도, "혹시 동료가 나를 의심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감정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료들이 자신을 배제하고 점심약속에서 자신을 빼 놓았다고 생각할 경우, 동료들이 아무런 악의가 없더라도 당사자는 수치심과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이 부분을 심리학적 매커니즘으로 설명합니다만,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진실을 말할 용기"를 잃지 않는 태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의 청소년기나, 아니면 성인이 되어서도 개인의 성격적 특성에서 이러한 경우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매카니즘을 이해하고, 이 문제를 어떤 특정한 개인의 대응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모두에서 건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이 사건은 두 가지 심리적 매커니즘, 「귀인이론(Attributional Theory)」과 「정보 위협이론(Information Threat Theory)」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매커니즘
1. 귀인이론 (Attributional Theory)
사람은 자신의 실패나 부정적 결과를 스스로 결함 탓으로 돌릴 때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감정이 중요합니다.
● 수치심 : 전반적인 자아상의 손상에서 비롯되며,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기 모습과의 불일치에서 발생합니다.
● 죄책감 : 세부적인 자아상의 손상과 관련되며, 특정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될 때 생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실패나 실수를 경험하면, 그 이유를 자신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노퍽 사건의 피고인 중 한명은 경찰 심문 중 자신의 판단력 부족이나 도덕적 결함을 의심하며 "어쩌면 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는 강압적인 분위기와 자기 의심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조셉 딕의사례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딕은 실제로 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수치심은 자신의 능력 부족이나 결함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2. 정보위협이론 (Information Threat Theory)
정보위협이론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믿을 때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는 자신이 실제로 잘못을 저질렀는지 여부와 상관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즉, 딕의 경우처럼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으면, 그는 실제로 죄가 없었음에도 그러한 평가 때문에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경찰, 판사, 그리고 대중이 이들을 범인으로 단정짓는 환경 속에서, 피고인들은 "결백을 주장하면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느껴 자백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1. 개인적 차원의 극복 방법
● 비판적 사고 훈련 : "내가 정말 잘못했는가?"를 논리적으로 검토하며,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합니다.
● 심리적 회복력 키우기 : 명상,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습니다.
● 자기 확신 강화 : 긍정적인 자기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재확인 합니다.
예 : "나는 내가 아는 나 자신이다."
2. 사회적 차원의 극복 방법
●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 : 가족이나 친구와 문제를 공유하며 정서적 지지를 받습니다.
● 전문가 도움 요청 : 심리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구조적 차원의 극복 방법
● 공정한 시스템 구축 : 사회 전반에 강압적이거나 편향된 절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교육과 인식 개선 : 사회적 비난이 심리적 압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리고, 집단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극복의 핵심 : 예와 아니오를 명확히 하기
우리는 감정적으로 압도되지 않고 진실을 명확히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하면 타인의 평가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인, 사회, 구조가 함께 해야 합니다.♠
[참고] 노퍽의 네 남자 사건 요약 : 억울한 자백과 오랜 투쟁
1997년 7월 7일 18살의 미셸 보스코는 버지니아주 노퍽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해당합니다. 경찰 수사는 범죄 기록이 없는 미 해군 수병인 25살의 대니얼 윌리암스에게 맞춰졌고, 윌리엄스는 처음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1997년 7월9일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글렌포드 형사에게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하였습니다. 윌리엄스의 자백의 많은 사항이 범죄 현장과 상충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체포되어 기소되었고, 경찰은 윌리엄스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5개월후인 1997년 12월 버지니아 법의학 연구소는 범죄 현장의 정자, 혈액 및 기타 유전물질이 윌리엄스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경찰은 다시 윌리엄스와 함께 살았던 수병인 조셉 딕 주니어를 심문했고, 딕은 처음에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1998년 1월 12일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듣고 범행을 자백하며 위리엄스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합니다. 딕도 역시 범죄 기록이 없었으며, 그의 자백의 많은 세부 사항도 범죄 현장과 위리엄스의 초기 진술 내용과 맞지 않았지만, 딕은 체포되어 강간과 살해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 3월, 주립 연구소의 추가 검사에서 딕의 DNA가 범죄현장의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딕의 감옥에 정보원을 배치하고, 정보원은 또다른 수병인 21세의 일슨에 대한 정보를 입수, 심문합니다. 윌슨역시 결백을 주장하나 앞의 두 명처럼 거짓말 탐지기에서 통과를 못하자 자신이 윌리엄스, 딕과 함께 범행했다고 자백합니다. 역시 윌슨의 자백 내용은 범죄 현장이나 윌리엄스, 딕의 자백과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범죄연구소는 윌슨의 DNA가 범죄 현장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이 다음입니다. 경찰이 다시 딕을 심문했는데 딕은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한 전직 수병돠 자신, 윌리엄스, 윌슨에 대한 진술을 제공합니다. 그중 한명은 27세의 데릭 타이스였는데 그는 전직 수병으로 해군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사한 사람이었습니다. 타이스 역시 범죄 기록이 없었지만, 1998년 6월 버지니아로 끌려가 심문 받고 처음엔 결백을 주장하다가 거짓말 탐지기 통과에 실패한 이후 범죄를 자백하고 추가로 공범을 몇명 더 지목합니다. 당시에 이 범죄로 7명이 감옥에 갇혀있었고, 이들 중 4명은 자백을 했지만, 물증은 수감된 용의자 중 누구의 DNA와도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뒤 19개월 후인 199년 3월 오마르 발라드라는 진범이 체포됩니다. 그의 자백은 2년 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한 모든 세부 사항과 일치했고 DNA 분석 결과 범행 현장의 혈액과 정액의 DNA와 일치하였습니다. 발라드는 2000년 3월 밸라드는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발라드는 검찰과 거래함으로써 사형을 면하고, 이미 기소한 4명의 수병들과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윌리엄스, 딕, 윌슨 타이스는 각각 별도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범죄 현장의 증거와 DNA 분석 등 어느 것도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인정합니다. 심지어 딕은 199년 4월 21일 범죄를 인정했을 때 발라드가 혼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백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월 청문회에서 검사는 딕에게 왜 자백했는지를 물었습니다. 딕은 "저는 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이 나를 괴롭혔고, 그것이 옳은 일이었습니다." 라고 답합니다. 199년9월의 마지막 선고공판에서 딕은 미셰 보스코의 가족에게 직접사과하면서 자신이 한일에 대해 거듭 후회를 표명했습니다.
2017년에 가서야 이 사건은 종결이 됩니다.
2017년 버지니아 주지사가 네 명 모두를 완전히 사면하고 주 정부와 노퍽 시는 이들에게 각각 약 350만 달러와 490만 달러를 배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